2차 세계대전으로 대공황을 이겨낸 미국은 1950년대로 접어들면서 유례없는 번영기를 누리기 시작한다. 유럽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남미지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자본주의는 미국 상업주의의 대표주자인 할리우드 영화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고, 영화나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된 여배우들의 패션과 화장품, 향수 등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 1951년 영국에서 ‘미스 월드(Miss World)’를, 1952년 미국에서 ‘미스 유니버스(Miss Universe)’라는 미인대회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는 그야말로 ‘글로벌 뷰티(Global Beauty)’에 열광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샤넬, 겔랑, 엘리자베스 아덴, 헬레나 루빈스타인 같은 패션·뷰티 기업들이 처음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다. 곧 미인대회는 단순히 미인을 뽑는 대회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뷰티와 패션을 선도할 거대한 산업군의 첨병인 것이다.
서시·왕소군·초선·양귀비 잇는 미인천하, 中 중국 주요 120여개 도시, 329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국내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케이팝(K-pop)’ 한류에 이은 ‘케이뷰티(K-beauty)’ 바람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며 “매년 회사 성장률이 30%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3년을 기점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면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위상을 높이고 있다”고 말한다. 동종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국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찾는 요우커(중국 관광객)가 크게 늘었다”며 “지난 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612만 명으로 이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것이 화장품이다. 아예 화장품만 따로 담아갈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라고 설명한다.
차세대 신성장동력 ‘뷰티산업’, 미인대회로 견인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통한 한류의 인기를 꼽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주된 이유는 될 것이다. 하지만 또 하나 이들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미인대회에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미인대회를 치르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미인대회 개최와 출전에 정부까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예로 필리핀에서는 국제 미인대회 우승자가 귀국해 카퍼레이드를 하는가 하면, 세계 각처에 흩어져있는 필리피노들은 필리핀 우승자와 함께 자부심을 공유한다는 내용이 해외 언론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또한 지금까지 가장 많은 미인을 배출한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미인대회 출전을 위한 성형이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국내 기술과 제품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미인대회가 성행하는 국가마다 그에 따른 각종 뷰티 산업군이 더불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개발도상국들로, 잠재된 시장성의 가치도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국내 미인대회 관계자들은 미인대회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적극적으로 미인대회를 개최하는 동시에 지금의 뷰티산업 성장세를 이어갈 또 다른 시장, 아시아를 넘어 남미와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국내 화장품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미국 14.3%, 일본 10.8%, 중국 8.9%, 브라질 6.6%, 독일 6.2%에 비해 한국은 2.8%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화장품·뷰티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충북의 발빠른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개최한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올해로 3회째를 맞으며 참관객이 20만 명을 넘어서는가 하면, 글로벌 코스메슈티컬 개발센터를 건립해 국내 뷰티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를 통해 도내 곳곳의 균형발전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한국 화장품·뷰티산업의 일류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_뉴시스]
김옥경 차장 kak1522@daum.net <저작권자 © 시사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